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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일상

[생각] 어둠 속의 등불

by jakejeong 2025. 3. 2.

어둠에는 무게가 있다. 깊고 묵직한 정적으로 둘러싸인 채, 쓸쓸함은 마치 오래된 담요처럼 우리를 감싼다.

잊혀진 골목길, 비오는 숲, 황량한 교외와 같은 공간에서는 목소리가 메아리치지 않고, 발자국 소리만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다.

 

그러나 어둠은 완전한 공허가 아니다. 가장 고독한 공간일지라도, 그곳에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이거나,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는 단지 존재함으로써 어둠에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종종 도시의 외딴 곳을 걷는다.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들,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소리, 늦은 밤 귀가하는 누군가의 발걸음. 이런 순간들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란 것을 말해준다. 쓸쓸함 속에서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망각한다.

우리는 종종 차들로 북적이는 횡단보도를 혼자 건널 때 깊은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를 둘러싼 금속과 유리로 만들어진 껍데기 안에 숨겨진 수십 명의 사람들 속에서도, 우리의 원시적인 뇌는 '보이는' 동료의 부재를 인식하고 고독을 느낀다. 현대 도시의 아이러니함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존재가 아닌, 기억과 희망의 등불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숲속에 들어선 순간, 그곳을 지나온 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새겨져 있음을 느낀다. 황폐한 공원에서도 예전에 울려 퍼졌던 웃음소리가 바람 속에 남아있다.

가장 어둡고 외로운 공간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안식처가 된다. 소외된 영혼들, 길 잃은 마음들,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어쩌면 우리가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자신이 그 '누군가'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발자국, 우리의 숨결, 우리의 존재 자체가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빛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삶의 역설이다.

어둡고 쓸쓸한 곳일지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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